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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인문학

공존의 공간 3편

도시 속 반려동물의 사회적 자리

도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단순히 한 공간을 공유하는 일이 아니다. 좁은 아파트, 시멘트 거리, 제한된 산책로 속에서 인간과 반려동물은 서로의 세계를 조율하며 살아간다. 이 글은 ‘도시 속 공존’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탐구한다. 사회적 공간에서 반려동물이 어떤 존재로 여겨지는지, 그리고 인간 중심의 도시 구조가 어떻게 그들의 자유를 제약하는지를 살펴본다. 우리가 진정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는 언제나 인간의 편의에 맞춰 설계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안에는 또 다른 생명들이 함께 살아간다 — 반려동물이다.

좁은 집, 울타리 없는 산책로,
“애완동물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인간과 공존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같이 산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그들에게도 이 도시가 함께 사는 공간일까?

이 글은 도시 속 반려동물이 가진 사회적 자리를 살펴보며,
공존의 진짜 의미를 다시 묻는다.


 1. 인간 중심의 도시, 반려동물의 여백

도시는 효율과 질서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도로, 건물, 공원, 교통 —
모두 인간의 동선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반려동물에게 도시는 낯선 공간이다.
콘크리트 바닥은 자연의 냄새를 지우고,
자동차 소리는 그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시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부로 인정받는 동시에,
‘사회적 제약의 대상’**이 되었다.

“공존의 공간은 있지만, 공존의 권리는 아직 부족하다.”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 속 존재’의 개념으로 본다면,
그들은 인간의 세계 안에 있지만
스스로의 세계를 완전히 펼칠 공간은 갖지 못한 존재다.


2. 사회 속 위치 — 존재하지만, 말할 수 없는 구성원

도시에서 반려동물은 이제 하나의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
반려동물 인구는 늘고,
산책 문화, 펫카페, 병원, 장례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그들의 권리는 여전히
‘인간의 선택’ 안에서만 존재한다.

“함께 살지만, 함께 결정하지는 못하는 존재.”

이는 레비나스가 말한 ‘타자의 침묵’과 닮았다.
그들은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못하기에,
우리가 대신 결정한다.

문제는 인간이 그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편의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공원 벤치 옆의 ‘반려견 출입금지’ 표지판,
엘리베이터 안의 눈치,
그 모든 순간이 도시 속 반려동물이 겪는
작은 차별의 풍경이다.


 3. 공존의 철학 — 공간의 재해석

공존은 물리적인 ‘같이 있음’을 넘어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존재는 세계 속에서 서로를 통해 드러난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도시를 진짜 공존의 공간으로 만들려면
‘공간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

공원은 인간의 휴식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물에게는 감각과 자유를 회복하는 장소다.
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세상을 탐험하는 길이다.

이 시선을 바꾸는 순간,
도시는 조금 더 따뜻해진다.


 4. 실천적 공존 — 함께 숨 쉬는 도시 만들기

공존은 철학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실천으로 완성된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도시는 생명을 품은 공간으로 바뀐다.

  • 산책로에 반려동물 쉼터를 마련하기
  • 공공장소의 ‘출입 금지’ 대신 ‘공존 안내문’으로 바꾸기
  • 이웃 간의 반려동물 소음·배변 문제를 ‘공감의 언어’로 해결하기

이런 실천이 쌓이면
도시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생태계’가 된다.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도시는 인간의 작품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인간만이 아니다.

“공존은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반려동물이 인간의 도시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그 작은 노력들이
사실은 우리 인간의 윤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공존의 공간을 만든다는 건
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선언이다.

그 선언이 늘어날수록,
도시는 더 인간적이고, 더 따뜻해질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의 권리 — 동물권의 인문학적 이해’를 주제로,
법이나 운동이 아닌 철학적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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