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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인문학

동물권의 인문학적 이해 4편

말하지 못하는 존재의 권리 

동물권은 단순히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타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다. 이 글은 인문학의 관점에서 동물권을 살펴보며,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왜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 칸트의 ‘도덕적 존재로서의 인간’, 몽테뉴의 인간성 개념을 통해 진정한 공존의 윤리를 생각해본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아이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고 돌보지만,
동시에 그들의 삶을 통제하기도 한다.
먹는 것, 자는 곳, 걷는 시간까지 —
모두 인간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때 ‘동물권’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법적 보호를 넘어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다가온다.

“말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우리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인문학적 답을 찾아본다.


1. 권리의 시작은 ‘존재의 인정’에서 온다

하이데거는 “존재는 드러남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즉, 누군가를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그 존재는 세계 속에서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동물권도 마찬가지다.
법이 그들을 보호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순간
이미 권리는 시작된다.

우리가 종종 “그건 그냥 동물이야.”라고 말할 때,
그 말 안에는 존재의 배제가 숨어 있다.
인문학은 이런 무심한 언어를 경계한다.

존재의 권리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니다.
그건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기본 조건이다.

 

 

2. 레비나스의 시선 — ‘타자의 얼굴’이 주는 윤리적 요청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은 나에게 책임을 명령한다”고 했다.
이 말은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도덕적 책임을 일깨운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에는
말 없는 요청이 담겨 있다.
그 눈빛은 “나를 돌봐줘.”가 아니라
“나도 너처럼 느끼고 살아 있다.”라는 메시지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윤리를 깨닫는다.

“윤리는 타자를 마주할 때 시작된다.”

동물권의 출발점은 법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윤리적 자각이다.


 3. 칸트의 철학 — 인간의 도덕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칸트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인간뿐 아니라
‘느끼고 반응할 수 있는 존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종종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도구나 소유물로 취급한다.
이때 우리는 인간의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낮춘다.

칸트의 관점에서 보면
동물에게 잔혹한 사람은
결국 자기 안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셈이다.

진짜 도덕이란,
보답을 바라지 않고
약한 존재에게 연민을 베푸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4. 몽테뉴의 통찰 — 인간의 위대함은 동정심에서 비롯된다

몽테뉴는 “인간은 동물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동물에게 느끼는 연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증거다.

동물권은 인간이 가진 도덕심을 시험하는 거울이다.
그들이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존중받을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윤리를 배운다.


 권리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동물권은 인간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 약속이다.

“권리는 약자를 위해 존재할 때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그들의 권리를 인정할 때,
인간의 윤리 또한 성장한다.

그들이 자유롭게 숨 쉬고,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 —
그건 단지 동물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이다.

결국 동물권은
우리 자신이 어떤 인간으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윤리 —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배우는 인간다움’을 통해
이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공존의 윤리와 인간의 성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2025 마음인문 -공존 인문학 시리즈